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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여…오, 주여!"

    "酒여…오, 주여!"          - 2003년 11월 27일 (목) <가톨릭뉴스/박준수 스테파노>


    허근 신부(51)는 이틀에 한번꼴로 알코올 중독자들을 만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알코올사목센터 원장이란 직함이 말해주듯, 술의 해악을 알리고 중독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런 그 역시 5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어느 해 겨울 허 신부는 새벽 미사를 마치고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을 보니 해가 보였다. 허근 신부가 “아 이제 해가 떴군요”라고 하자 옆에 있던 신도가 말했다. “신부님 저 해는 지금 서산에 지는 해입니다.”

    허 신부는 그날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종일 술을 마셨던 것이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소주 8병, 맥주 24병을 보통으로 마시고 4홉들이 소주 13병을 마셔본 기억도 있다고 했다.

    그의 ‘술 인생’이 시작된 것은 1982년 해병대에서였다. 군종 신부로 배치받은 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허 신부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해병대 문화에 젖어 술을 물처럼 마셨다고 한다. 군 시절 함께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신부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의 금주는 한 달을 가지 못했다.

    허 신부는 제대 후에도 술을 끊지 못했다. 여러 신자들과 대작하면 한 잔씩만 받아도 순식간에 몇 잔이 되었다. 잔을 가려 받을 수 없어 모두 받아 마시다 보니 음주량은 늘어만 갔다. 그렇게 술에 절어 살다 보니 미사를 빼먹게 됐고, 술김에 함께 술을 마시던 신자를 때려 병원에 입원시키기에 이르렀다.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몸무게는 정상체중보다 12kg이나 모자라는 46kg이 됐다. 술을 밥 삼아 먹다 보니 몸이 감당할 턱이 없었다.

    평소 그를 아끼던 김옥균 주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만 좀 마시라”고 충고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허 신부는 혼자 술을 끊을 수 없음을 깨닫고, 1998년 스스로 알코올 중독 치료병원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폐쇄병동에 수용돼 패배감과 수치심을 맛보면서 무지막지했던 음주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그는 딴사람이 됐다. 건강은 정상으로 회복됐고 이제 미사 때 마시는 포도주조차 입에 대지 않는다.

    “자신의 적정 음주량에 맞춰 술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또 정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술을 강권하지 말아야죠. 친구와 술 마실 때는 좋겠지만 그 친구가 휘청거리며 집에 들어가면 손뼉칠 아내나 자식이 있을까요?”

    허 신부는 “술을 끊은 지 11년 된 사람이 다시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를 봤다”며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엄형준기자/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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