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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홍식 원장의 함께 하고픈 사람 - 허근 신부

    [인연] 이홍식원장의 함께 하고픈 사람 - 허근 신부                               한국일보 2003/12/07  


    사람들은 죽음이눈 앞에 닥쳐야 비로소 신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 또는 이제껏 세상의 전부로 여겼던 나 자신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홍식(52) 연세대 정신건강병원장이 허 근(알코올 사목센터 소장) 신부를 처음 만난 것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1985년 이 원장은 부친의 간암 투병을 지켜보아야 했다. 세상에 무서울 게없는 명문대 의사였지만, 이제까지 배웠던 지식과 의술로는 극심한 통증과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교가 있으면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이 편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무신론자였던 아버지는 여러 종교 중 제사와 술, 담배를 허용한다는 이유로 가톨릭에 관심을 보였다. 집 근처 강동구 길동 성당으로 무작정 신부를 찾아갔다. 항상 남이 찾아오기만 하다가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니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길동 성당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허 신부는 이내 이 원장의 사연에귀와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격 없는 대화가 이루어졌다. 절차는간소화하자고 했다. “신부님이 그렇게 편하게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마제 자존심에 그냥 돌아가고 말았을 겁니다.” 허 신부는 아픈 부친을 위해집을 방문했고 바쁜 이 원장에게는 통신교리로 영세를 주었다. 9개월 뒤아버지는 편안한 얼굴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이 원장은 허 신부와의 만남을 통해 정신과 의사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신부님은 아무 보수 없이도 저렇게 남을 돕는데, 의사인나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가 이게 무언가” 싶었다. 또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낫게 할 수 있는 것은 100중 20에 불과하다는 겸손한 마음도 갖게 되었다. 나머지는 종교와 그 밖의 것들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까지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환자에게 종교를 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의사가 못하는 걸 성직자들이 해준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지요.” 이 원장은허 신부의 일이라면 틈틈이 고해성사를 해오는 신도들의 정신과적 치료에대해 자문을 해주는 것 말고도 무엇이든 도와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98년 허 신부가 알코올 중독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알코올 사목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허 신부는 이 원장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자신이 한 때 한 번에 소주 8병, 맥주24병을 먹을 정도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겨우단주했다는 것이었다. 놀랐지만 한편 반가웠다. “정신과 의사로서 알코올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지 알기 때문이죠”

    그래도 술을 끊지 않고도끊었다고 거짓말 하는 환자들을 수없이 본 터라 허 신부를 술집으로 데려가 끝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믿었다. 이 원장은 지금도 허 신부가 운영하는 알코올 중독 프로그램에서 직접 강의를 하기도 하고, 주제에 맞는 의사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반대로 허 신부가 연세대 정신건강병원에서 강의를 할 때도 있다.

    두 사람은 알코올 중독은 의학과 종교적 치료를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 이 원장은 언젠가 허 신부와 함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병원을 만들어 볼 생각도 있다. 20년 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깨달은 의술과 종교의 만남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부와 신자로 만났지만, 이제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남은 생을 함께 하고픈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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