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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리더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 허근 신부(중앙일보 오피니언)

영혼의 리더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 허근 신부
그 어떤 중독도 영적 굶주림을 채울 순 없습니다
김환영<whanyung@joongang.co.kr> | 제87호 | 20081108 입력

허근 신부는 금주에 성공한 후 미사에 사용되는 포도주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일단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 조절 능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절주가 불가능하며 완전한 금주가 필요하다”는 주의를 줬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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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主님을 만나 酒님을 버린 ‘못 말리는 신부님’수렁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종교적으로는 절대자이건, 길을 제시하는 스승이건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술ㆍ담배ㆍ도박ㆍ인터넷 등 모든 중독의 경우도 중독자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식구들이 손길을 건네야 하지만 사회나 종교의 역할도 크다. 가톨릭에서는 서울대교구 단중독(斷中毒)사목위원회 산하 알코올사목센터에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담ㆍ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의 중독 치유 활동의 중심에는 허근(54·발톨로메오) 신부가 있다. 그는 1999년 정진석 추기경의 배려로 알코올사목센터를 개소하고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 신부는 2002년 김운회 주교가 선도하는 단중독사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취임해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허근 신부 자신이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다. 허 신부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친가로는 7대, 외가 쪽으로는 6대가 천주교를 믿었다. 동생들도 사제다. 따라서 허근 신부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신부님이 술을 처음 접한 것은 1983년 군종 신부가 되면서였다. 많은 중독자의 경우처럼 친교·스트레스·외로움 등이 배경이 됐다.
허 신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은 김옥균 주교였다. 98년 초 허 신부를 평소에 염려해 주던 김 주교가 알코올중독치료센터에서 본격적 치료를 받으라고 강력하게 설득했다. 허 신부는 98년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코올 사목을 하기 위해 허 신부는 2002년 미국 버나딘대에서 기독교상담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허 신부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나는 알코올 중독자』 등의 시집에서 알코올 중독 체험을 치유와 신앙 성장의 도구로 승화하고 있다.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의 추천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흔히 사람들은 예수님을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한 죄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그 큰 사랑과 상처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허 신부의 시 두 편을 소개한다.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주님 / 이제는 /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 술과 이별을 고할 시간이 되었나이다
해맑은 나를 / 수렁에 빠트려 허우적거리게 한 / 술을 영원히 떠나 보내렵니다
술이 있던 자리에 / 주님을 모시고 / 주님과 함께 / 평화를 누리며 / 기쁘게 살렵니다.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그때 술을 / 마시지 않았더라면 /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을 텐데
그때 술을 / 마시지 않았더라면 / 좋은 친구를 만났을 텐데
그때 술을 / 마시지 않았더라면 / 건강한 몸으로 살고 있을 텐데
그때 술을 / 마시지 않았더라면 /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때 술을 / 마시지 않았더라면 / 하느님을 좀 더 사랑했을 텐데.

추기경의 말과 허 신부의 시는 기자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스도교 입장에서는 예수의 구원을 거부하는 죄가 가장 중대한 중독인 게 아닐까. 허 신부가 한때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도 그를 도구로 쓰려는 신(神)의 계획과 섭리가 아닐까. 다음은 4일 허 신부와 만나 나눈 이야기의 요지다. -알코올 중독과 관련,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경제적 어려움, 스트레스, 불만족스러운 처지 때문에 사람들은 술을 마십니다. 억울해서, 그리워서, 기뻐서 술을 마십니다. 대화와 친교를 나누겠다며 술을 마십니다. 욕심과 욕망 때문에도 술을 마십니다. 욕구대로 잘 안 될 때 조바심에서 술을 마시고, 욕구를 나름대로 추스르기 위해 술을 마십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30평짜리 아파트에 살게 되면 더 큰 집에서 살고 싶어지게 됩니다. 인간은 사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게 되면 내가 사랑해야 할 아내와 자식과 부모를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하느님도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이 부끄러운 나머지 하느님을 피하게 됩니다. 극단적 술 사랑의 종착역은 사망입니다. ‘좋은 중독’도 있기는 합니다. 굳이 중독이 되려면 달리기·운동·독서에 중독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공부를 안 하고 책을 안 읽으면 불안한 지식 중독자가 있고. 일을 안 하면 불안한 일 중독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중독의 공통점은 중독의 대상을 영원히 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술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여전히 무식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돈이 많을수록 더 벌고 싶고, 권력이 클수록 더 큰 권력을 원합니다. 정신적·영적(靈的) 굶주림을 채우지 않고 어디선가 다른 곳에서 채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하느님을 사랑하면 마침내 부족한 영성이 채워지고 또 넘쳐나게 됩니다. 하느님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넘치게 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잘못된 믿음은 ‘신앙 중독’입니다. 올바르지 못한 신앙에 따른 ‘신앙 중독’은 나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성경은 술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술의 긍정적 면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지만 술의 부정적 면에 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현재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의 폐해는 어느 정도입니까.“알코올 남용·중독자가 약 730만 명에 이릅니다. 신체·정신·영성·가정·사회에 피해가 막대합니다. 2001년 음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13조원에 달했습니다. 알코올 남용ㆍ중독은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됩니다. 예컨대 자살과 성폭력의 50%가 취중 상태에서 일어났습니다. 자살의 경우 음주는 권총의 방아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알코올 중독의 원인은 무엇입니까.“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영적 결핍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알코올 중독자가 철학ㆍ종교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술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영적·실존적 공허함이나 삶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순간적 만족을 주는 술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술이 위로와 안식처를 제공해 주리라는 것은 환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삶을 지배하고 중심이 되어버립니다.”-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영적 결핍이라면 해법도 영적 요소가 필요하겠군요.“그렇습니다. 중독자가 회복하려면 의학적 치료와 심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영적 치료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육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이성·감정·의지를 가진 영혼으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중독자가 술을 끊으려면 하느님, 그리고 이웃과 참다운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혼자서는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술을 자제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인 지능ㆍ감정ㆍ의지가 모두 망가지기 때문입니다.”-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의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입니까.“학력ㆍ연령ㆍ성별 등 다양한 방문자들이 치료를 받고 회복됐습니다. 그들은 새 삶을 얻어 가정생활과 사회·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종교 신자들도 편안하게 중독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컨대 ‘회복의 12단계’에서 주님이라는 표현보다 ‘우리보다 위대하신 힘’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위대하신 힘’은 부처님일 수도 있고, 이슬람 신자들이 생각하는 절대자일 수도 있습니다. 2005년에는 중독학전문학교를 설립해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알코올 중독 극복을 위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자부합니다. 전화 상담부터 중독 치유 프로그램, 단주 성공 이후 프로그램, 관련 기관 연계까지 중독 치유에 필요한 모든 핵심적 용역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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