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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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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 신부  -  인터넷 한겨레 2002.07.25(목)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중림동 149의2 가톨릭출판사 7층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52) 신부의 사무실. 한 알코올 중독자 가족인 40대 여성의 눈물겨운 하소연이 새어나왔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몇 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살림을 때려부수고, 자신과 아이들을 일쑤 때렸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는 가출했다는 것이다.

이 때 허 신부는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던 자신의 삶을 먼저 고백하곤 한다.

그는 친가로는 7대, 외가로는 6대 째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태어났다. 두 동생도 모두 사제다. 신학대학 졸업 때까지도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던 그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82년 해병대 군종 신부로 가면서 술꾼이 되기 시작했다. 제대 뒤 서울 상계동·면목동·난곡 성당 주임 신부로 있던 10여 년 동안엔 앉은 자리에서 맥주 한 상자나 소주 5~6병씩을 마시곤 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송년회 때는 신자들 앞에서 쌍욕을 해대고, 심지어 신자를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전날의 일이 부끄럽고 괴로워 또 술을 마셨다.

주위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권했다. 그러나 치료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하는 것인데 어떻게 치료를 받는다는 말인가. 그는 두려웠다.

그러던 1998년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김옥균 주교가 “신부 생활은 차치하고, 어떻게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이렇게 끝마치려 하느냐”며 눈물어린 호소를 했다. 그는 이 충고를 받아들여 치료를 결심했다. 김 주교는 외국에 나가라고 했지만, 그는 광주의 성요한병원을 찾아갔다. 이미 밥 대신 술을 마실 정도로 몸과 정신이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그의 몸무게는 46㎏였다고 한다. 폐쇄병동에 갇혀 알콜 중독 치료를 받았다. 격렬한 금단 증상 속에서도 감금생활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동안 모든 것을 술 속에 감추려 했던 자신의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다.

99년 가을 퇴원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알코올사목센터를 열었다.

그의 밝고 쾌활한 모습은 찾는이들의 마음을 스스럼 없게 만든다. 그러나 자신들에 대한 곁눈질을 극히 경계하고, 이 때문에 치료도 주저하는 알코올 중독자들과 중독자 가족들이 그를 편하게 찾는 것은 이런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삶이 던져주는 동변상련의 공감대가 오히려 더 큰 이유다. 그는 지난해 <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자유문학사)란 시집을 펴낸데 이어 이달 안으로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톨릭출판사)란 고백록을 출간한다.

그는 “알코올의 문제 해결의 첫 단계가 바로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알코올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알코올 중독자는 2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허 신부는 “술로 인해 직장인, 아버지로서 역할에 문제가 생기고, 양을 통제하지 못하고, 아침까지 몸이 좋지않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단주 모임과 이어지는 회복자모임에서 그는 술을 끊을 뿐 아니라 그 동안 피폐해진 영혼의 회복을 돕는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와 금요일 오전 10시30분엔 중독자 가족모임도 이끈다. 가족의 한 성원이 중독되면 다른 가족들도 마음에 상처를 받기 때문에 그들도 함께 치료받아야 중독된 가족의 단주를 도울 수 있다.

단주 모임엔 대학교수와 벤처기업 사장, 젊은 회사원 등도 적지않다.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지만 이 모임엔 유머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 사람이 발표하고 나면 누군가가 목이 컬컬한 데 한 잔 하라며 물을 따라준다. 그러면 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오후 회복자 모임이 끝나고 나면 왕년에 안주로 즐겨먹던 낙지 집과 족발 집을 찾기도 한다. 그리곤 술집 아줌마의 이상한 눈초리에 아랑곳 없이 콜라와 사이다로 “쨍”하고 건배를 한다. 그리고 “술 없는 오늘 하루를 위해” 건배를 한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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