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 1/2     
center 

“酒를 主로 모신 것도 하느님 소명”

    “酒를 主로 모신 것도 하느님 소명”    - 허근 신부

      
    “15년전쯤 군종신부로 군 복무를 끝낸뒤 명동성당에 몸담던 시절에 자주 들렀던 명동의 한 중국집을 지난달초 동료 신부님들과 찾았습니다. 주인이 저를 보더니 반색을 하고 ‘아이고, 옛날 대낮에 고량주 다섯병을 후딱 해치우던 그 신부님 맞죠’라며 어찌나 큰소리로 떠들던지 손님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봐 낯이 화끈거려 혼났습니다.”

    해병대 군종신부 시절 ‘주(主)’ 대신 ‘주(酒)’를 주인으로 모신 알코올 중독자로 몸과 정신, 영혼까지 철저히 망가져 패배 한 낙오자 인생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한 허근(50)신부. 알코올 중독의 시련은 하느님이 허신부만이 할수 있는 특별한 소명을 맡기기 위한 가혹한 시험대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허신부는 알코올 중독 치료에 성공한뒤 99년 10월부터 3년 남짓 천주교 서울대교구 알코올사목센터에서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알코올 특수사목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나의 나약함 과 부족함을 깨닫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 가 됐다”며 “알코올 중독증에 걸린 것을 계기로 술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치료중 체험 사례, 치료후 단주생활등을 모두에게 공개해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돕게 된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집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에 이어 최근 ‘나는 알코올중독자’(가톨릭출판사)를 펴내 굴절많은 삶을 공개한 뒤 천주교 알코올 사목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한때 소주 8병, 맥주 24병을 한자리서 마셨다(허신 부는 주량을 제대로 얘기하면 놀라 자빠질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대충 깎은 수치라고 귀띔했다)는 허신부에 대한 첫 인상은 유머가 풍부하고 활달,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미국 일본 알코올치료센터등을 돌며 ‘명상체험을 통한 영적치료프로그램’등을 도입, 천주교 알코올사목 일에 또한번 ‘중독’ 돼 삶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는 허신부를 서울 중구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7층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만났다.


    ― 주선(酒仙)으로 불리는 고은 시인이 최근 시 전문계간지 창간 호 ‘시평’에 가슴과 정으로 살지않고 계산으로 살려는 요즘 시인들을 꾸짖으며 ‘황혼주’를 마시자고 술권하는 얘기가 세간의 화제입니다. 한때 주선의 경지를 뛰어넘었던 신부님이 하고싶은 ‘훈수’가 있을 것같은데.

    “저는 여전히 시를 좋아해 시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술에 중독되기 전에 쓴 제 시들은 맑은 정신에서 쓰지 않고 즉흥적으 로 써서 술기운이 곳곳에 묻어나는 게 지금보면 보입니다. 시가 어수선하고 어딘가 정리가 안된 느낌이죠. 물론 술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야 상관없겠지만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 특히 예술 가이니까 꼭 술을 마셔야 한다는 데는 반대합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친하게 지내던 저명한 음악가 신부님이 얼마전 술탓에 일찍 세 상을 버렸습니다. 술을 절제하고 맑은 정신으로 활동했다면 더욱 좋은 곡을 많이 남기셨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요.”


    ― 우리 민족성 자체가 원래 술에 관대하다고 보시는지요.

    “우리민족은 일제시대 이전에는 술을 형편없이 먹었던 적이 없 습니다. 조선 세종때는 향교나 서원에서 ‘향음주례(鄕飮酒禮)’라 해서 흔들림없는 주도(酒道)를 가르칠 정도로 술에 엄격했지 요. 그러다가 일제시대때 나라 잃은 힘없는 지식인들이 술로 망 국의 한을 달래면서부터 주도가 망가졌고, 자유가 억압당한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면서 폭탄주등 군사문화에 술문화가 오염된 것습니다.”


    ― 알코올중독시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광주성요한병원에 입원하기 3년전인 95년 밤새 술마시다 아침에 해장술을 하던 시절, 송년회 술좌석에서 만취해 신자를 폭행 하고 다음날 미사집전도 못했습니다. 두 남동생인 허영엽 신부와 허영만 신부의 금주 충고를 못참고 욕까지 해 형제간 사이가 벌어질 정도였죠. 올5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술을 안끊었으면 아마 한이 맺혀 눈도 제대로 못감았을 것입니다.”


    ― 알코올 특수사목에 나선 데 대해 후회는 없으신지요.

    “심리학·사회복지학·중독치료 강좌등 공부에 중독 안되면 하기 힘든 일입니다. 알코올 사목은 기쁨과 슬픔 2마리 쌍두마차가 이끄는 희비쌍곡선이죠. 세상을 정복한 영웅보다 한 영혼을 구 한 사람이 더 위대하다는 데서 기쁨도 느낍니다. 알코올 중독자 를 치료하기 위해 그 가족들의 도움이 중요하고 특히 금주를 지 속하기까지는 ‘영적 치료’ 분야가 매우 중요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일요 특별강의 횟수를 늘리고, 알코올 특 수사목에 종사할 후임신부들을 교구차원에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건의해 놓고 있습니다.”                                
                                                                              

    [문화일보 2002-09-06 09:39] 정충신기자  



   알코올 중독은 회복 가능한 '질병'

center

   허근 신부가 세상에 쏟아내는 ‘고해성사’

center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ZONGA